책에 생긴 갈색 점, 정말 곰팡이일까? — 폭싱의 정체
오래된 책장을 넘기다 보면 유난히 신경 쓰이는 흔적이 있다.
작은 갈색 점이다.
처음에는 하나둘 보이다가 어떤 페이지에는 후추를 흩뿌려 놓은 것처럼 여러 개가 퍼져 있기도 한다.
색깔도 일정하지 않다.
연한 황갈색도 있고, 녹슨 쇠처럼 짙은 갈색을 띠는 것도 있다.
이런 흔적을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있다.
곰팡이 아닐까?
오래된 종이에서 나타나는 이런 붉은빛 또는 갈색 반점을 보존 분야에서는 흔히 **폭싱(Foxing)**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폭싱을 조금 알아보기 시작하면 예상보다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갈색 점에 이름이 붙었다
폭싱은 특정한 미생물 이름도 아니고 하나의 화학물질 이름도 아니다.
오래된 종이나 책, 판화 등에 나타나는 붉은 갈색 계열의 반점 형태를 가리키는 말에 가깝다.
그래서 “폭싱이 생겼다”는 것은 우선 종이에서 그런 형태의 변색이 관찰됐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왜 생겼느냐는 질문에는 항상 하나의 답이 나오지 않는다.
오랫동안 보존 연구에서는 미생물의 활동이 원인이라는 설명과 종이 속 철이나 구리 같은 미세한 금속 성분이 관계한다는 설명이 함께 연구되어 왔다.
Library of Congress가 소개한 폭싱 연구에서도 현대 종이에 포함된 무기 성분과 금속산화물 등이 종이의 변색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 조사해 왔다.
Smithsonian Museum Conservation Institute에 축적된 연구자료에서도 폭싱의 원인을 둘러싸고 곰팡이와 금속 성분에 관한 여러 연구가 이어져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갈색 점 하나에도 종이의 재료와 제작 과정, 미생물, 습도와 보관환경이 얽혀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폭싱은 곰팡이가 아닌 걸까?
여기서 조금 헷갈린다.
어떤 자료에서는 폭싱과 곰팡이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다른 연구에서는 철이나 구리 같은 금속 성분도 언급한다.
둘 중 하나가 틀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로 미생물이 폭싱 부위에서 발견된 연구들이 있고, 높은 습도가 폭싱과 관련된다는 관찰도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Canadian Conservation Institute 역시 오래된 종이에서 발견되는 붉은 갈색 반점을 폭싱이라고 설명하며, 장기간 습한 환경에 보관된 종이에서 흔히 관찰된다고 안내한다.
반면 종이 내부의 작은 금속 불순물이 산화와 변색에 관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다.
따라서 폭싱을 발견했다고 해서
“갈색 점 = 현재 곰팡이가 자라고 있다”
라고 곧바로 판단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폭싱과 현재 활동 중인 곰팡이는 같은 의미가 아니다.

살아 있는 곰팡이는 조금 다른 신호를 보낸다
곰팡이가 실제로 활동하고 있다면 갈색 얼룩만 보이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Canadian Conservation Institute는 활동 중인 곰팡이가 솜털처럼 보일 수 있으며, 검거나 흰색 또는 다른 색을 띠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습기가 있는 상태에서는 문질렀을 때 번질 수 있고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동반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오래전에 활동을 멈춘 곰팡이는 건조한 얼룩이나 먼지처럼 보일 수도 있어 눈으로만 정확하게 판별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하나 생긴다.
폭싱은 흔히 종이에 남아 있는 평평한 붉은 갈색 반점으로 보인다.
현재 활동 중인 곰팡이는 실제 균사가 자라면서 표면에 입체적인 흔적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오래된 책을 보고 비전문가가 이것만으로 확실한 진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특히 가치가 있는 고서에서 곰팡이가 의심된다면 직접 털거나 닦는 것부터 시작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곰팡이는 책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건강과 다른 자료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하게도 습기가 계속 등장한다
폭싱을 조사하다 보면 계속 따라오는 단어가 있다.
습도다.
종이는 주변의 수분을 흡수한다.
습도가 높은 환경이 오래 지속되면 종이 자체의 화학적 열화가 빨라질 수 있고 곰팡이가 활동하기 좋은 조건도 만들어진다.
CCI는 높은 상대습도에 장기간 노출된 종이에서 곰팡이 위험이 증가하고 폭싱 같은 현상도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지점에서 폭싱을 보는 방법이 조금 달라진다.
갈색 점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그 책이 어디에서 보관됐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지하실에 오래 있었는지.
벽에 밀착된 책장에서 보관됐는지.
과거 물에 젖은 흔적은 없는지.
책 여러 장이 물결치듯 변형되어 있지는 않은지.
퀴퀴한 냄새가 함께 나는지도 단서가 될 수 있다.
종이에 남은 작은 반점이 과거의 보관환경에 대한 흔적일 수도 있는 셈이다.
폭싱을 지우면 종이가 깨끗해질까?
갈색 반점이 책 전체에 퍼져 있으면 없애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인터넷에는 얼룩을 지우는 방법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오래된 종이에서는 이 부분이 특히 조심스럽다.
종이의 얼룩을 줄이는 전문적인 보존처리가 존재하기는 한다.
그렇다고 모든 폭싱을 반드시 없애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책의 종이와 잉크, 안료, 과거에 사용된 접착제 등의 상태가 서로 다르다.
한 가지 얼룩을 없애기 위한 처리가 종이의 색이나 강도, 기록된 내용에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줄 수도 있다.
Smithsonian의 실제 종이 보존 사례를 보더라도 처리 전에 잉크의 안정성을 작은 범위에서 시험하고, 대상에 적합한지를 판단한 뒤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 때문에 오래된 고서의 폭싱을 보고 가정용 표백제나 세정제, 지우개 등으로 직접 없애려고 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다.
그리고 조금 생각해 보면 또 다른 질문도 생긴다.
그 갈색 점을 반드시 없애야 할까?
책이 안정적인 상태이고 폭싱이 단순한 과거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면, 미관상의 이유만으로 적극적인 처리를 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첫 번째 글에서 나온 보존의 원칙이 다시 등장한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먼저 판단하는 것이다.
갈색 점 하나가 알려주는 것
처음에는 그냥 더러운 얼룩처럼 보였다.
조금 더 들여다보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폭싱이라는 이름이 있었고, 그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미생물과 금속 성분, 종이 제조 과정과 습도까지 등장했다.
그리고 여전히 모든 폭싱이 하나의 원인으로 만들어진다고 간단하게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오래된 책의 갈색 점을 발견했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곧바로 없애는 것이 아니다.
모양을 살펴보고,
주변의 종이 상태를 보고,
습기나 물의 흔적이 있는지 확인하고,
현재 활동 중인 곰팡이가 의심되는지를 구별해야 한다.
오래된 종이에 남은 얼룩은 단순한 때가 아니라 그 책이 지나온 환경의 기록일 수도 있다.
책을 오래 들여다볼수록 이런 작은 흔적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갈색 점보다 훨씬 선명한 흔적도 있다.
페이지 한가운데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고, 몇 장을 넘겨도 같은 위치에서 계속 이어지는 경우다.
누군가 바늘로 뚫은 것 같지만 범인은 따로 있을 수 있다.
다음에는 오래된 책에 남아 있는 책벌레와 충해의 흔적을 살펴본다.
REFERENCES
Canadian Conservation Institute
Basic Care – Books
Canadian Conservation Institute
Mould Prevention and Collection Recovery: Guidelines for Heritage Collections
Library of Congress
Foxing and Reverse Foxing: Condition Problems in Modern Paper and the Role of Inorganic Additives
Northeast Document Conservation Center
Emergency Salvage of Moldy Books and Paper
Smithsonian Museum Conservation Institute
Selected Conservation Problems: Foxing in Papers
voucherm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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