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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얼룩을 모두 없애면 책의 가치도 좋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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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책을 펼쳤는데 한쪽 페이지에 커다란 갈색 얼룩이 남아 있다.

보기에는 꽤 거슬린다.

종이 전체가 밝은데 그 부분만 누렇고, 가장자리에는 물이 번졌다 마른 것 같은 선도 보인다.

복원한다면 가장 먼저 이 얼룩부터 없애고 싶어진다.

깨끗해지면 책도 더 좋아질 것 같다.

그런데 보존가는 얼룩을 발견했다고 바로 지우지 않는다.

먼저 이상한 질문부터 한다.

이 얼룩은 왜 생겼을까?

오래된 고서의 페이지 한쪽에 자연스러운 갈색 물 얼룩과 사용 흔적이 남아 있는 모습

얼룩은 모두 같은 얼룩이 아니다

종이에 남는 흔적의 원인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물이 스며들었다 마른 흔적일 수도 있다.

오래된 접착제가 갈색으로 변한 것일 수도 있고, 손때와 먼지가 종이 표면에 쌓인 것일 수도 있다.

산성 재료와 오랫동안 맞닿아 생긴 변색도 있다.

곰팡이와 관련된 얼룩도 있고, 금속 성분이나 잉크 자체가 종이를 변화시킨 경우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 ‘갈색 얼룩’처럼 보여도 원인이 다르다.

그러니 처리방법도 같을 수 없다.

Canadian Conservation Institute에서는 종이를 청소할 때조차 지나친 세척이 오히려 먼지보다 더 큰 손상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잘못 문지르면 제거할 수 있었던 오염이 종이섬유 깊숙이 박힐 수도 있다.

특히 표면이 약하거나 안료가 떨어지는 종이, 곰팡이나 그을음이 묻은 자료는 부드러운 붓으로 털어내는 행동조차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더러우니까 닦는다’는 생각이 고서에서는 통하지 않는 이유다.

물자국 하나가 사건을 알려줄 수도 있다

책 아래쪽에 물결 모양의 갈색 선이 있다고 해보자.

그냥 보기 싫은 얼룩일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의 여러 페이지에서 같은 높이에 비슷한 자국이 반복된다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언젠가 책의 아래쪽이 물에 젖었던 흔적일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그 물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알 수 없다.

누수였을 수도 있고, 홍수나 보관사고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이 한동안 물과 접촉했다는 단서는 종이에 남아 있다.

얼룩을 완전히 없애버린다면 책은 깨끗해질 수 있다.

대신 그 흔적도 함께 사라진다.

그래서 고서에서 이야기하는 ‘가치’는 단순히 중고책 가격 같은 의미가 아니다.

그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사용되고 보관돼 왔는지를 보여주는 정보까지 포함한다.

얼룩도 때로는 그 정보의 일부가 된다.

그렇다고 모든 얼룩을 남기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반대쪽으로 너무 멀리 가면 또 문제가 생긴다.

‘역사의 흔적이니까 아무것도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도 보존의 원칙은 아니다.

얼룩이 내용을 읽기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종이의 화학적 열화와 관련되어 있을 수도 있고, 오염물질이 계속 자료에 영향을 주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그럴 때는 얼룩이나 변색을 줄이는 처리가 검토된다.

미 의회도서관의 실제 종이 보존 사례를 보면 보존가들은 얼룩 하나를 보고 곧바로 세척하지 않는다.

먼저 작은 부분에서 시험한다.

잉크가 물에 번지지는 않는지, 종이가 처리에 견딜 수 있는지, 어떤 세척 방식이 실제로 얼룩을 줄이는지 확인한다.

오래된 종이의 얼룩 부위에 아주 작은 범위로 테스트를 진행해 종이와 잉크의 반응을 확인하는 모습

한 19세기 석판화 보존 사례에서는 여러 세척방법을 작은 구역에 시험한 뒤 적절한 방법을 골랐다.

처리 후 얼룩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그런데 보존가들은 종이 전체를 새 종이처럼 균일하게 만들려고 끝까지 밀어붙이지 않았다.

이미지가 읽히는 데 방해가 되는 얼룩을 줄이는 수준에서 멈췄다.

이 ‘멈추는 지점’이 중요하다.

하얗게 만들수록 좋은 복원일까?

오래된 종이를 세척하면 색이 밝아지는 경우가 있다.

보기에는 확실히 좋아 보인다.

그래서 더 밝게 만들고 싶은 유혹도 생긴다.

종이 보존에서는 경우에 따라 세척이나 제한적인 표백처리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처리는 단순한 미용작업이 아니다.

종이와 잉크, 안료의 안정성을 먼저 확인하고 처리 목적과 위험을 비교해야 한다.

특히 화학적인 표백은 종이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전문 보존에서도 신중하게 다뤄져 왔다.

AIC의 보존 윤리 지침에서도 처리방법을 선택할 때 현재 효과뿐 아니라 앞으로 이루어질 조사와 처리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즉 목표는 가장 하얀 종이가 아니다.

자료를 안전하게 유지하면서 필요한 만큼 상태를 개선하는 것이다.

손때도 지워야 할까?

오래된 책의 모서리를 보면 종종 색이 더 짙다.

사람들이 반복해서 손으로 넘긴 부분이다.

이것을 모두 더러운 흔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

어떤 책에서는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특정 페이지의 한 부분만 유난히 많이 닳고 손때가 남아 있다면, 누군가 그 페이지를 반복해서 펼쳐보았다는 흔적일 수도 있다.

종교서적이나 학습서, 요리책처럼 실제 사용방식이 중요한 자료에서는 이런 마모가 책의 역사를 읽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메모도 마찬가지다.

밑줄도 그렇다.

오래된 수선 흔적도 그렇다.

하나씩 없애다 보면 어느 순간 책은 깨끗해지지만, 그 책을 사용했던 사람들의 흔적도 함께 사라진다.

복원에서는 깨끗함과 정보 사이의 균형을 계속 고민하게 된다.

오래된 책의 페이지 모서리에 손때와 마모, 희미한 옛 필기 흔적이 자연스럽게 남아 있는 모습

어떤 흔적은 지우고, 어떤 흔적은 남긴다

결국 정답은 얼룩의 색만 보고 결정되지 않는다.

무엇 때문에 생겼는지. 지금도 손상을 일으키고 있는지. 글이나 그림을 읽는 데 얼마나 방해가 되는지. 제거 과정에서 원래 종이와 기록이 손상될 가능성은 없는지. 그리고 그 흔적 자체가 자료의 역사와 관련된 정보인지까지 함께 본다.

American Institute for Conservation의 지침에서도 보존처리는 문화재가 가진 물리적·개념적 특성을 존중해야 하며, 원래 자료를 불필요하게 제거하거나 가려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극적인 ‘전후 사진’을 만드는 처리가 항상 가장 좋은 처리는 아니다.

얼룩이 조금 남아 있어도 괜찮을 수 있다.

오래된 색도 그대로 남을 수 있다.

종이 모서리가 완벽하게 하얗지 않아도 된다.

책이 안정적으로 남아 있고, 그 책이 가진 정보도 함께 살아 있다면 말이다.

오래된 책이 깨끗해야 할 필요는 없다

처음에는 갈색 얼룩 하나가 눈에 거슬렸다.

지우면 책이 좋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조금 들여다보니 질문이 달라졌다.

이 얼룩은 단순한 때인가.

손상의 결과인가.

지금도 진행되는 문제인가.

아니면 책이 지나온 시간을 보여주는 흔적인가.

그 답을 알기 전에는 지우는 것이 먼저가 아니다.

어쩌면 좋은 복원의 모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덜 극적일지도 모른다.

새것처럼 하얗게 만드는 대신, 읽을 수 있게 하고, 안전하게 다룰 수 있게 하고, 남겨야 할 흔적은 그대로 두는 것. 고서의 시간까지 깨끗하게 닦아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서는 얼룩이 아니라 종이 자체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물에 젖었던 책을 말리고 나면 왜 페이지가 예전처럼 평평하게 돌아오지 않고 울퉁불퉁해질까?

종이는 물을 만나면 단순히 젖는 것이 아니라 섬유 자체가 움직인다.

그 흔적이 바로 오래된 책에서 자주 보이는 종이의 변형과 물결침이다.

REFERENCES

Canadian Conservation Institute
Basic Care – Paper Documents and Newspaper Clippings

Canadian Conservation Institute
Dry Methods for Surface Cleaning of Paper

Canadian Conservation Institute
Caring for Paper Objects

Library of Congress
Adjusted Water Washing of a 19th Century American Lithograph

American Institute for Conservation
Code of Ethics and Guidelines for Prac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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